처음 '네순 도르마'를 들었을 때,
나는 그 곡의 정치적 함의를 알지 못했다.

그저 파바로티의 목소리가 가슴을 파고드는 아름다운 아리아였을 뿐이었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라는 가사의 의미도 모른 채, 그 선율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내 삶의 풍경이 변할수록,
이 노래는 내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네순 도르마. 아무도 잠들지 말라.
독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깨어있는 시민들이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이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투란도트 공주처럼 그들도 명령한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
그러나 이 명령의 진짜 의도는 "모두 깨어있으라"가 아닌 "모두 공포에 떨어라"이다.
아버지는 종종 과거 통금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밤이 되면 거리에 아무도 없었고, 통금을 어기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그때 역시 일종의 '네순 도르마' 상태였다.
모두가 잠들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었던 밤들.
그리고 그 시절을 견뎌낸 사람들은 또 다른 의미의 '네순 도르마'를 실천했다.
진정으로 깨어있기 위해 잠들지 않았던 것이다.
오페라 속 칼라프 왕자가 그랬듯이.
"하지만 내 비밀은 나만이 간직하고 있으리... 별들이 빛날 때까지..."
린킨 파크의 'Numb'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처럼.
"I've become so numb, I can't feel you there..."
"나는 너무나 무감각해져서, 당신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조차 없어요..."
억압적 환경에서 강요된 무감각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깨어있음의 표현이고 외침이었다
네순 도르마의 역설은,
독재자가 두려워서 내리는 명령이 오히려 저항자의 승리의 노래가 된다는 점이다.
투란도트가 전 백성에게 밤새 깨어있으라 명령했지만, 칼라프는 그 명령을 희망의 선언으로 뒤집어버린다.
마치 보드레르의 시구처럼.
"가장 교활한 악마의 계략은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깨어있는 이들은 그 계략을 간파한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네순 도르마' 순간들을 마주한다.
회사에서 상사가 무리한 업무를 강요할 때,
SNS에서 알고리즘이 내 생각을 조종하려 할 때,
뉴스에서 진실이 왜곡될 때.
이런 순간마다 나는 선택해야 한다.
순응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건넨 두 개의 알약.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을 보게 될 것이고, 파란 약을 먹으면 깨어나기 전처럼 원하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
깨어있음과 잠듦 사이의 선택.
그것이 바로 '네순 도르마'의 본질이다.
어제 저녁,
간만에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며 평소 하지 않던 정치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 말했다.
"그냥 이런 이야기 안 하고 살면 편할 텐데."
맞다.
잠들어 있는 게 편하다.
하지만 나는 파바로티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 웅장한 클라이맥스의 "Vincerò! Vincerò!" (승리하리라! 승리하리라!)
나는 잠들지 않기로 했다.
역사의 물줄기는 언제나 깨어있는 자들에 의해 바뀌어왔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간디가 소금 행진을 시작했을 때,
만델라가 감옥에서 27년을 견뎠을 때,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네순 도르마'를 실천하고 있었다.

한국의 촛불 시위를 생각한다.
어둠 속에서 수많은 작은 불빛들이 모여 거대한 빛의 바다를 이루었던 순간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네순 도르마'였다.
밤의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깨어있음의 상징.
자유와 진실을 향한 인간의 갈망은 어떤 억압으로도 완전히 꺾을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칼라프가 되어,
우리만의 '네순 도르마'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침묵 속에서,
속삭임 속에서,
때로는 함성 속에서.
오늘 밤, 나는 창문을 열고 별을 바라본다.
투란도트 공주의 냉혹한 수수께끼와 같은 이 세상에서,
나는 칼라프의 희망을 품는다.
아침이 오면, 답을 찾으리라는 믿음을.
그리고 이 작은 저항,
깨어있음의 실천이 언젠가 "Vincerò!"의 승리로 이어지리라는 믿음을.
네순 도르마. 아무도 잠들지 말라.
나는 오늘도 그 명령을 뒤집어,
희망의 노래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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