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바토 : 내 삶의 훔친 시간들
오늘 아침, 쇼팽의 녹턴이 방 안을 가만히 적셨다. 피아니스트의 손끝이 건반 위를 천천히, 혹은 조심스럽게 뛰놀았다.멜로디는 정해진 박자를 살짝 비틀었고, 시간은 그 틈새에서 숨을 쉬었다. 그 순간, 나는 '루바토(rubato)'를 떠올렸다.이탈리아어로 훔치다, 빼앗다라는 뜻.악보에는 없지만, 연주자의 심장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시간.악보는 잠시 멈추지 않아도, 마음은 잠시 멈춘다. 가만히 생각해봤다.우리의 삶에도 이런 루바토가 있지 않을까.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정시에 출근하고, 정각에 회의를 시작하며, 시곗바늘을 기준으로 하루를 살아낸다.그런데, 문득문득—마감 직전 커피 한 모금에 10분을 훔치고,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인사에 5초를 더 얹는다.석양이 유난히 붉은 날이면, 집으로 향..
2025.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