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사람이라는 단어가 더 따뜻하게 들렸습니다.
"좋은 사람 되고 싶다"라고 말할 때, 그 말 속에는 손에 잡힐 듯한 온기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인간"이라는 단어가 더 자주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조금은 무겁고, 어디선가 거리를 둔 느낌.
사람과 인간, 같은 듯 다르고, 닮은 듯 서로를 비추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사람은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는 따뜻한 존재다.
사람과 인간, 두 단어 사이엔 보이지 않는 강이 흐릅니다.
사람은 부드럽습니다.
친구를 떠올릴 때,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를 때,
우리는 '사람'을 씁니다.
그 안에는 표정,
체온, 눈빛, 웃음소리 같은 작은 조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말은 늘 가까이에 있고,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습니다.
반면 인간은 멀리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
집단 속의 나,
그리고 보편적 가치와 윤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인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책임, 권리, 존엄과 같은 무게감이 뒤따릅니다.
그 안에는 한 사람의 구체적인 숨결보다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원칙과 규칙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인간이 되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사람으로 주어지지만,
인간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다듬어가는 여정입니다.
도덕과 양심,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비로소 한 사람은 인간으로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멀리 인간만을 좇다 보면 우리는 사람의 따뜻함을 잃습니다.
누군가를 규정짓고 판단하며,
사랑보다 정의를 먼저 꺼내듭니다.
그렇게 인간은 때로 차가운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사람만을 좇으면,
사회 속에서 필요한 책임과 규칙을 외면하게 됩니다.
에세이를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합니다.
나는 사람인가,
인간인가.
사람의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그저 이 두 단어 사이에서 흔들리며,
때로는 사람으로,
때로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의 본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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