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이 고전적인 질문은 마치 장난처럼 들리지만,
들여다보면 꽤 심각한 물음을 담고 있다.
어떤 것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우리는 인생을 살며 종종 이런 혼란을 마주한다.
사랑이 먼저였는가, 외로움이 먼저였는가?
먼저 상처를 입어서 방어했던 걸까, 방어하다 보니 더 상처받은 걸까?
이 질문은 단지 닭과 달걀의 순서를 가리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순환과 인과의 경계, 존재의 기원을 묻는 은유적 질문이다.
우리는 자꾸만 시작을 찾으려 한다.
연애의 시작,
고통의 시작,
삶의 시작.
‘언제부터 그랬어?’라는 질문은 얼마나 흔한가.
하지만 닭과 달걀처럼, 어떤 것들은 명확한 시작이 없다.
아니, 애초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반드시 앞선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를 만들어낸다.
관계란 대개 그렇다.
누군가 상처를 줬기에 내가 이렇게 되었는지,
아니면 내 안의 허기가 상대를 자극했는지.
어느 쪽이든,
그건 이미 순환 속이다.
우리는 이처럼 선형적인 원인을 찾으며 안도하려 한다.
‘그래, 그게 시작이었어.’ 하고 말하면 뭔가 마음이 놓이니까.
하지만 삶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
첫 단추라고 믿었던 순간이 사실은 세 번째 단추였고,
마지막이라 여긴 말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닭과 달걀을 둘러싼 이 오래된 농담은,
사실 삶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흔들어준다.
누가 먼저든,
결국 둘은 끊임없는 생명의 윤회 속에 존재하는 한 쌍일 뿐이다.
어쩌면 중요한 건 ‘무엇이 먼저인가’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둘 다 존재한다는 사실’ 아닐까.
사람 사이도 그렇다.
누가 먼저 다가왔는지,
누가 먼저 마음을 닫았는지,
누가 먼저 상처를 줬는지는 어쩌면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관계를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순환을 반복하고 있는가일 것이다.
누구나 살다 보면 '이건 왜 시작됐을까'라는 질문 앞에 멈춰선다.
하지만 때로는 그 질문을 접어두고,
‘지금’이라는 계란 하나를 손에 쥐고 따뜻하게 굽는 일이 더 중요하다.
끝과 시작은 언제나 맞닿아 있고,
우리는 그 경계에서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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