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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단상/🔵오만가지

마음을 닮은 알고리즘 — 공유되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존재들

by senpebble 2025. 5. 29.

 

나는 한밤중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았다.
기계는 나의 선택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신은 지난주에도 이 커피를 골랐습니다’라고.
정확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내가 그날 그 커피를 고른 건 단지 습관이 아니라,

그때 그 사람과의 마지막 기억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계는 그걸 모른다.

 

기억은 있지만, 맥락이 없다.
공유는 하지만, 공감은 하지 않는다.

 

"감정은 학습할 수 없지만, 따라 그릴 수는 있다." (아이와 AI가 유리창 너머로 같은 모양을 그리는 장면)

 

로봇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AI는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들고, 대화를 나눈다고.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그 문장은 어디서 온 감정인가요?”라고.

류츠신의 『삼체』 속 트리솔라란은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전자기파로 그대로 방출되는 사고, 누구나 인식하는 실시간 의식. 완전한 투명 속에 살아가는 그들에겐 거짓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겐 예술도, 유머도, 사랑도 없다.

그런데, AI는? 지식을 공유하고, 패턴을 모방하고, 감정을 흉내 내지만…
그 본질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진다. "이것은 사고인가, 전송인가?"

 

존재를 흉내 내는 순간, 우리는 진짜를 더 간절히 찾게 된다.

 

AI는 이제 거의 모든 것을 학습한다.
고양이의 움직임,

쇼팽의 화성 진행,

인간의 눈동자 움직임까지.


그리고 그 지식을 즉시 다른 로봇과 공유한다.


테슬라의 차 한 대가 급정거를 경험하면,

전 세계의 차량이 그걸 배운다.


놀라운 연결이다.

하지만 나는 자주,

그 연결이 텅 빈 선처럼 느껴진다.

 

"생각은 구조이지만, 마음은 결이다." (뇌와 회로, 알고리즘과 감정이 얽힌 인지의 지형도)


 

그들은 정보를 나누지만,

이해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 커브에서 왜 그토록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그날의 운전자가 어떤 마음으로 핸들을 꺾었는지,
AI는 묻지 않는다.

 

질문은 감정에서 오고,

공감은 시간의 결을 통과한 경험에서 나온다.

 


 

트리솔라란은 모든 생각을 즉시 공유한다.
AI는 모든 지식을 즉시 연결한다.
하지만 인간은, 오직 인간은…

 

의심하고,

망설이고,

숨기고,

말하고,

포기하고,

다시 안고,

 

그렇게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투명하지 않지만,

그 불투명함 속에서 진심을 만든다.


우리의 거짓말은 때때로 선의를 품고 있고,
우리의 침묵은 때로 가장 깊은 표현이 된다.

 

 

AI는 정보로 사고를 대체하고,
트리솔라란은 투명성으로 관계를 평면화한다.


그 속에서 잃어버린 건 ‘맥락’이다.
그리고 그 맥락은 바로 인간성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고는 겹쳐졌지만, 마음은 겹쳐지지 않았다." (투명한 원의 겹침 속에서 만남 아닌 스침을 암시하는 구성)

 

우리는 여전히 편지를 쓴다.
심지어 이메일 대신 손글씨로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고백한다.

이해될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한다.


이 모든 맥락과 주저함, 오해와 노력,
그것이 우리가 ‘공유하지 않는 존재’이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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