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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MSUP(범접)의 춤, 《몽경(夢境)》 – 꿈의 경계에서 | 경계, 그 모호함의 아름다움

by senpebble 2025. 6. 25.
꿈은 문인지, 벽인지 모를 경계에 있다.
크루 범접의 리더 허니제이의 연출로 탄생한 〈몽경〉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적 무의식과 춤이 교차하는 의식의 장(場)이자,
현실과 꿈이 서로를 탐색하는 경계의 퍼포먼스다.

유투브 영상을 보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곧, 나도 그 꿈의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꿈은 잉크처럼 번지고, 의식은 안개처럼 사라진다

익숙한 혼돈, 그리고 그 안의 나

 

 

‘경계’라는 말은 늘 이중적이다. 

 

머물 수도 없고 완전히 떠날 수도 없는 장소. 

몽경(夢境)은 그 지점에 서 있다. 

 

무대 위의 소녀는 잠들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녀는 무수히 달라지는 꿈의 판 위를 걷고, 

저승사자들과 춤을 추며, 

비틀리는 시간 속에 갇힌다.

 


그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나였고, 

우리 모두였다. 

 

삶이라는 이름의 반복적 무대 위에서, 

우리는 매일 깨어나기를 원하면서도 다시 잠든다. 

 

매일 아침, 

우리는 삶으로 깨어나는 동시에, 

또 하나의 꿈에 진입한다. 

 

의식을 가졌지만 무의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존재. 

흑과 백 사이, 얇은 붉은 실 하나가 나를 붙들고 있었다.

 

 

고요한 파동처럼 일렁이는 무대에서, 

갓은 빛과 어둠을 반복하며 흐름을 만든다. 

 

그 이중의 리듬은 마치 우리 삶의 이중성 같다. 

자유를 갈망하지만 안전한 혼돈에 안도하는 존재. 

벗어나고 싶지만 머물고 싶은 마음. 

멈추고 싶지만 계속 흐르는 삶.

 


춤은 이 모든 것을 설명 없이 전한다.

 

바람이 되고, 

넝쿨이 되고, 

죽음이 된다. 

 

그리고 무대 위의 소녀는 점점 우리 자신이 된다. 

현실은 선명하지 않고, 

꿈은 점점 뚜렷해진다. 

 

그 모호한 중첩 위에서, 

나는 문득 나에게 묻는다.

 

혹시 지금 이 순간도, 

내가 짠 꿈 안에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 꿈의 테두리는 나의 손이 만든 것이고, 

그 중심에서 흔들리는 존재는 결국 나 자신이 아닐까?

 

나는 나에게 갇혔고, 그 안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몽경은 말없이 말한다. 

 

도망쳐도, 

깨어나도,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그것이 삶의 리듬이자, 

인간의 숙명이라고.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소녀가 하늘을 향해 눈을 감는 그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깨어남은 종착이 아니라 다시 꿈꾸는 일이라는 것을.

 

 

 

BUMSUP(범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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