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단상/🔵오만가지

🛍️ 아이디어 쇼핑 – 영감의 마트에서 길을 잃다

by senpebble 2025. 6. 7.
요즘 나는 습관처럼 '아이디어 쇼핑'을 한다.
마치 주말 마트를 돌듯, 브라우저 수십 개를 열어놓고,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ChatGPT까지 돌아다닌다. 재밌는 기획, 똑똑한 구조, 마음을 울리는 문장, 예쁘게 정리된 PDF.
무엇을 찾는지도 모른 채, 그저 무언가 영감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없이 넘기고 있다.

‘아이디어 쇼핑’이라는 말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이 단어가 지금처럼 피곤할 줄 몰랐다.
원래는 설레는 일이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쇼핑백이 아니라 짐가방만 늘어난 느낌이다.

 

스크랩 가득한 벽과 노트북 불빛 아래 앉은 창작자 : “모은 건 많은데, 정작 시작한 게 없다.”

 

 영감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흘려보내다 스며드는 공기다.

 

 

언젠가부터 브라우저가 창고가 되었다.


읽고 싶어 저장해둔 글,

영감 받은 디자인,

따라 해보고 싶은 기획서들.


‘언젠가 써먹어야지’라는 이름으로 모아둔 탭들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분명 이건 창의적인 사람들의 루틴이었을 텐데,

왜 나는 점점 피곤해지는 걸까.


좋은 건 많다.

하지만 내 것이 아니다.


화려한 샘플들은 내 창의성을 끌어올리기보다,

비교의 늪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이건 이미 누가 했어’,

‘이걸 내가 해도 특별할까?’라는 생각.


그렇게 생각만 하다 하루가 간다.

 


 

언젠가는 내가 모은 아이디어들로 멋진 걸 만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아이디어들에 눌려 손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마치 예쁜 그릇을 다 모았는데,

정작 담을 음식은 없는 느낌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는 쇼핑이 아니라 ‘요리’에 가깝지 않을까.


마트에서 사 온 재료들이 아무리 신선해도,
썰고 볶고 삶는 손이 없으면 그건 그저 냉장고 속 데이터일 뿐이다.

 

 

아이디어 쇼핑은 여전히 나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만들기’다.


정말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만들어가는 순간,
그제서야 머릿속의 데이터들이 진짜 ‘내 것’으로 다시 태어난다.

 

 

어쩌면 쇼핑은 시작일 뿐,

창작은 그 다음이다.

 

공간 속을 튕겨다니는 형형색색의 구슬 : “머릿속에선 매일 창작이 충돌 중이다.”


 

728x90